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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콩 나듯 가끔 읽는 책, 노루똥이라는 책이 집에 있길래 오랜만에 또 책 한 권을 집어들었습니다. 노루똥은 정형남 소설집으로 책 제목이기도 한 노루똥 외에 여러 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있어요.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 때부터 줄곧 그 자리를 지킨 적송을 친일파 후손 도용이 벨려고 하다가 깔려 죽은 것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의 기억들을 풀어내는 '반추동물의 역사', 형의 국립묘지 안장을 위해 도움을 받고자 찾아 온 용천으로 인해 과거 망자의 혼례로까지 이어진 사건을 다시금 떠올리는 '망각에서 깨어난 아침'이 실려 있고요.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과거의 기억을 풀어내는 '파도 위의 사막', 사고로 아내를 잃고 그리워하는 임사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노루똥', 맛있는 막걸리 맛에 반해 찾아간 개도라는 곳에서 마녀목이라는 고목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는 '마녀목'이라는 소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의 얽힌 인연들을 엿볼 수 있는 '노을에 잠긴 섬', 누룩처럼 고난이 와도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메세지가 담긴 '누룩', 마지막으로 소설의 주인공 최할머니가 도시에 살다가 고향인 섬으로 돌아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옛 기억을 회상하는 내용이 담긴 '고향집', 이렇게 여덟 편이 실려 있어요.

 

 

 

 

누구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있습니다. 모두 다 잊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다 잊은 것은 아니지요. 잊은 채 살다가도 언제 어디선가 다시 도사릴 수 있는 것이 기억인 것 같아요.

 

그러한 기억들에는 생각조차 떠올리기조차 싫은 아픈 기억도 있고요. 그저 생각만 해도 웃음 지을 수 있는 행복한 기억도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있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았는데요. 그렇게 떠올리니 생각하기 싫은 아픈 기억만 떠오르더라고요. 좋은 기억, 행복한 추억만 간직하면 좋으련만, 아픈 기억이 더 또렷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 기억이라면 애써 떠올리기 싫은데...

 

하지만 그렇게 아픈 기억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면 마냥 아프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속에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있어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렇게 책을 덮고 잠시 그리움에 젖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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